조선왕실 혼례에 사용된 보자기

보자기 중에서 조선왕실 혼례에 사용된 보자기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가례도감의궤들을 살펴보면 은기(銀器: 은으로 만든 그릇) 종류는 보자기에 싸서 사용하도록 함께 기록된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아마도 은으로 만들어진 고급 그릇이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국혼정례國婚定例』에 기록된 혼례품 중에는 은바리, 은사발, 은시접 등 각종 은 그릇이 나열되어 있는데, 각각의 은 그릇들과 함께 보자기가 기록되어 있다. 이후에 제작된 가례도감의궤들에서도 각종 은기를 보자기로 포장하도록 하였던 사실이 확인되며, 이전의 전통이 지속 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국혼정례와 정미가례시일기에 기록된 은기와 이를 감싸는 보자기에 대한 기록

아래의 사진은 유록색(柳綠色) 명주로 만들어진 겉감과 거친 소색(素色) 무명으로 만들어진 안감을 사용한 솜보자기이다. 겉감 중앙에는 보자기를 묶는데 사용하는 끈이 달려있으며, 네 귀를 여민 다음 끈을 마주 묶어서 싸는 데 사용되었다. 내부에는 ‘은약식 대쥬발삼’ 이라 쓴 종이가 있어, 은으로 만든 큰 주발 세 벌을 쌀 때 사용하던 보자기임을 알 수 있다.

두 폭 은주발보자기 Cotton Stuffed Wrapping Cloth for a Silver Bowl
두 폭 은주발보자기 Cotton Stuffed Wrapping Cloth for a Silver Bowl

다음의 사진은 보라색 명주 겉감과 청색 무명 안감으로 된 겹보자기이다. 유록색 끈이 보자기 겉감 중앙에 달려있으며, 앞에서 살펴본 솜보자기와 마찬가지로 네 귀를 여민 다음 끈을 마주 묶어서 싸는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은시뎝삼좌’라 쓴 종이가 끈에 묶여 있었는데, ‘시뎝’은 수저를 담아놓는 그릇인 시접(匙楪)을 말하는 것으로, 은으로 만든 시접 세 벌을 쌀 때 사용하던 보자기임을 알 수 있다.

두 폭 은시접보자기 사진
두 폭 은시접보자기(二幅銀匙楪袱) Double-layered Wrapping Cloth for a Silver Bowl

왕실에서 사용하던 그릇은 모두 은으로 만들어진 은기로 소중히 다루어진 만큼 보자기로 싸서 관리되었다. 우리네 조상들의 미적인 높은 수준과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보자기를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