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시대(Chosun Dynasty) 보자기(wrapping clothes) 중에서 일반 서민들이 사용하는 보자기를 궁궐에서 쓰는 것과 구별하는 단어로 민보자기(이하 민보)라고 합니다. 민보는 왕족을 위해 만들어 사용하는 보자기가 아닌 서민의 보자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보는 그 목적에 따라 여러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백성들의 결혼식과 관련하여 사용되었던 기러기보, 예물보, 예단보, 노리개보, 검박보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러기 보(Kirogi po)
거위를 위한 포장 천을 의미하는 기러기 보는 신랑의 가족이 신부의 가족에게 예물로 준비하는 나무 거위를 감싸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기러기 보에 쌓인 나무거위는 전통적인 결혼식을 치르는 동안 신랑과 신부 가운데에 있는 탁자에 놓여있게 됩니다. 기러기는 양기(陽氣)를 따르는 새로, 예로부터 의리를 알고 질서를 어기지 않는 어진 성품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졌습니다.왕비나 왕세자의 결혼식에서는 살아있는 기러기를 싸는데 이 기러기 보를 사용하였습니다.
기러기 보의 경우 음과 양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파란색이 사용됩니다. 기러기 보는 줄지어 있고 수를 놓았을 뿐만 아니라, 결혼 생활의 풍요로움을 소망하는 가족의 기원을 상징하는 쌀 줄기를 나타내는 무지개색 실의 여러 가닥으로 종종 장식되었습니다.
아래 그림은 18세기 김홍도(Kim Hong-do)가 그린 단원풍속도첩(the Album of Genre Paintings) 중 “신행길(Bride, Entering Groom’s House)”입니다. 이 그림은 혼례(결혼식)를 치르기 위해 신부의 집으로 향하는 신랑 행렬을 그렸습니다. 김홍도의 그림은 옛 혼례 풍습을 보여주는데, 흔히 하는 말로 ‘백마 탄 왕자’처럼 조선시대 신랑도 백마를 탄 채로 등장합니다. 제일 앞에는 청사초롱을 들고 있는 두 명과, 기러기 보에 쌓인 기러기를 품에 안은 안부(雁夫)가 그 뒤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기러기는 전안례(奠雁禮)를 올리기 위한 중요한 의물로, 색실을 두르고 기러기 보라고 하는 보자기에 쌓인채로 신부 측에 전달 되는 것이 전통이었습니다.
예물보
새로이 부부가 되는 신랑과 신부에게 가장 상서로운 특별히 선택된 날에 약혼 의식의 일환으로, 신랑의 가족은 다가오는 결혼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의 의미로 일반적으로 신부의 가족에게 편지와 비단(실크)을 보냅니다. 이것들을 예물이라고 부르고, 예물은 ‘예물보’라고 불리는 특별한 보자기 천으로 감싸 전달하였습니다. 특별히 왕실에서 사용한 예물함을 싸던 예물보에는 네 귀퉁이에 아래 사진처럼 술을 다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예단보
신부의 가족에게 보낸 신부의 선물을 동봉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자기는 예단보라고 불립니다. 홍색과 청색 실크로 만든 예단보는 신부 가족의 형편에 따라 약 두 폭인지 또는 세 폭인지가 결정됩니다.
노리개보
노리개보는 개인 장식품 중 하나인 노리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따라서 노리개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귀하고 깨지기 쉬운 물건들을 감싸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것들을 단단히 묶기 위해 한 모퉁이에 두 개의 띠가 부착되어 있고, 종종 자수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영친왕비의 것으로 비단 겹보자기로 싸고 끈으로 돌려 묶어 상자에 넣어 노리개를 보관했습니다.
맺음말
패치워크와 자수의 색상과 디자인, 이들의 남다른 세련된 미적 감성은 모시 조각의 선 배열과 형태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단색과 ‘다양한 색상’의 이 보자기는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창의적인 조선 여성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