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패션: 사회적 배경 및 패션/뷰티 트렌드

 1920년대 패션을 이야기 하려면, 1920년대의 미국을 빼놓을 수 없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의 주역이었던 미국은 사회/경제적으로 전세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반면 유럽은 전쟁으로 인한 물질적/정신적 피해로 상대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된다. 따라서 1920년대의 패션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1920년대의 미국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1920년대 사회적 배경

Roaring Twenties(광란의 20년대)는 으르렁거리는 20년대라는 뜻으로, 미국의 1920년대를 표현하는 단어이다.

그 당시는 제조업의 성장과 소비자 수요 증가로 예술, 문화 산업도 발전한 시대로 제1차 세계 대전 후, 흑인 문화에서 시작된 재즈 음악이 번성하여 ‘재즈의 시대’라 불리기도 한다. 예술사조에서는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특징을 가진 아르데코(Art Deco)가 정점을 맞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2. 1920년대 패션

여성복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 참전한 남자들을 대신해 여성들은 공장이나 일터에서 일을 도맡아서 해왔다. 이전에 가정에서 어머니나 아내의 역할만 하던 여성들이 사회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여성들은 그간 그들의 삶이 얼마나 덧없고 불평등했는지를 깨닫게 되기도 하였고, 높아진 사회적 지위만큼 목소리도 커지게 되었다.

1920년대의 여성들은 이러한 배경하에서 그간 여성들에게 강요되어 왔던 것들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신여성이라고도 불리던 소위 배운 여성들은 일부러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자처럼 옷을 입고, 담배를 피우고, 스커트를 짧게 입고, 여성성을 거부했다.

1920년대 여성의 패션중에서 특히 초반의 여성복은 이러한 반항기의 여성들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1) 1920년대 초중반: 보이시 스타일(boyish style)

1920년대 초중반은 여성들의 전통적인 여성성에 대한 반항기를 강하게 보여주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소년스럽다는 단어로 표현해 보이시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보이시 스타일은 짧은 보브(bob) 컷의 헤어 스타일, 밋밋한 가슴, 골반까지 내려오는 낮은 허리선이 특징이다. 소년 같은 이미지를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네모 모양의 스트레이트 박스 실루엣(silhouette) 형태를 띄고 있다.

남녀평등, 젊음, 자유를 상징하며 그 동안 여성에게 강요되었던 행동과 의복 양식에 대한 반항이 짙게 나타난 패션이다. 여성의 권리에 대한 사회 운동이 활발하게 나타났고, 미국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되기 시작한 시점이 1920년대인 것과도 연관이 있다.

(2) 1920년대 후반: 플래퍼(flapper)/가르손느 스타일(garconne style)

플래퍼는 미국에서 1920년대 재즈시대에 자유분방하고 젊은 여성들을 지칭하는 말로, 이전과 다른 외모와 성향을 지닌 신여성들이 주로 입었던 주름스커트가 춤추면서 회전할 때 넓게 퍼지면서 펄럭대는 모습을 빗대어 붙여진 이름이다.

가르손느(garconne)는 프랑스어로 ‘소년’을 뜻하는 가르손(garcone)의 여성형이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인 꼼데가르손(COMME des GARÇONS)이 ‘소년처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즉, 가르손느 스타일은 성숙한 여성이라기 보다는 소년에 가까운 소년의 느낌이 나는 보이시보다는 약간 여성스러운 스타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플래퍼 룩, 가르손느 룩은 소년다운 스타일에서 여성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디자인 디테일로 ‘아코디언 주름스커트’나 ‘리본 장식’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1920년대 초중반에 유행한 보이시 스타일보다는 여성적이고 곡선적인 분위기가 가미된 스타일을 말한다. 보이시 스타일에는 리본이나 레이스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따라서 플래퍼 룩은 보이시 스타일보다는 스커트의 길이가 길어지고, 브이-넥크 라인(v-neckline)에 모피나 스카프를 둘렀으며, 이전보다 머리가 약간 길어진 경향은 있었다. 허나 여전히 보브 스타일의 짧은 머리에 눈썹을 가릴 정도로 종 모양의 클로슈(cloche) 햇을 깊숙히 쓴 스타일이 유행하였다. 

남성복

여성복이 다양해진 것 만큼이나 남성복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이 등장하였다. 원래 사람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 즉 의식주가 해결되면 그 다음에 여가나 패션 등을 고려할 여유가 생긴다. 이 시대의 물질적인 번영 분위기는 남성복에서도 사치스럽고 화려한 양상이 나타나는데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남성복에서는 여전히 세트 정장 수트가 메인이었지만, 넥타이 핀, 모자 등의 액세서리도 빠짐없이 갖추었으며, 상의, 바지, 조끼를 함께 갖춰입는 쓰리피스 정장이 인기가 많았다.

바지의 실루엣이 변하던 것도 이 시기였는데, 아래로 갈수록 차츰 넓어지는 벨 보텀(bell bottom) 스타일 바지로 바뀌고, 1920년대 후반에는 허리에 주름을 넣은 헐렁한 바지와 여유 있는 바지에 무릎 아래를 매는(마치 모내기할 때 양말 안에 바지를 넣듯이) 니커보커즈(Knickerbockers)도 유행하였다. 바지가 짧아지면, 양말이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이 시기의 남성 양말은 아가일 무늬, 체크 무늬 등 다양한 패턴들이 나타나는 현상도 있었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수트 스타일에 대한 반발로서 변형된 수트 또는 캐주얼 차림의 움직임이 나타난 것도 이 시기이다. 폭이 넓은 바지에 커프스를 댄 옥스퍼드 백스(Oxford bags)와 같이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적인 다양한 스타일이 시도되기도 하였다. 옥스퍼드 백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나게 과도한 폭의 바지로 발전했다.

3. 1920년대 뷰티 트렌드

(1) 1920년대 헤어

1920년대 배운 여성들은 남녀평등 사상을 머리에도 반영하여 머리를 아주 짧게 잘랐다.

대표적인 헤어스타일은 플래퍼 스타일(flapper style)로 짧은 보브 스타일과 굵은 웨이브의 단발스타일에 다양한 형태의 클로슈 햇을 착용하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이런 짧은 보브 스타일 헤어의 유행은 1920년대 내내 지속되었고, 종 모양의 작고 꼭 맞는 크로슈 햇은 눈에 그림자가 질 정도로 푹 눌러썼는데, 그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2) 1920년대 메이크업

1920년대 메이크업 트렌드는 뽀얗고 창백한 피부와 가느다란 눈썹을 특징으로 한다. 이 마이크로 내로우(narrow) 수준으로 얇은 눈썹을 가지기 위해서 여성들은 눈썹을 뽑기 시작했다. 하도 눈썹을 뽑아서 눈썹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렇게 지나치게 가느다란 눈썹은 눈썹 머리에서 꼬리로 갈수록 아래로 처지게 표현하였다.

눈은 콜(coal)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숯으로 진하고, 검게 눈 주변을 동그랗고 퍼져 보이게 하여 깊이감을 강조하였다. 색조가 많이 발달하지 않고 음영 화장이 발전했던 이유 중 하나는 미디어가 아직은 흑백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던 영화에 등장하는 여배우들이 모두 흑백으로 나왔기 때문에 컬러는 알 수 없었고, 음영만을 알아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입술은 선명한 빨간색이나 검붉은색으로 각지고 입술 경계를 아주 또렷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아랫입술은 도톰하게 그려서 큐피트의 화살, 장미 봉오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뺨은 붉은 색 블러셔를 사용하였다. 

4. 1920년대 아이콘

1920년대 대표적인 셀럽, 아이콘 양대 산맥을 뽑자면, ‘클라라 보우’와 ‘루이스 부룩스’를 들 수 있다.

(1) 클라라 보(Clara Bow, 1905-1965)

클라라 보는 1920년대 패션의 주인공으로 ‘플래퍼 룩’의 상징으로 불린다.

미간을 넓게 그리는 가늘고 처진 눈썹과 창백하고 핏기 없는 피부, 주홍색 입술, 헝클어진 곱슬머리 등 클라라 보의 시그니쳐 스타일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은 클라라 보의 스타일을 흉내내, 머리를 짧게 자르고 큐피드의 활모양으로 입술을 칠하는 등 그녀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1930년대에 등장한 베티 붑(Betty Boob)이라는 캐릭터도 클라라 보를 모델로 하여 탄생했다고 하니 그의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그러고 보면 베티 붑의 짧은 머리와 가느다랗고 처진 눈썹, 그리고 큐피트의 활모양과 유사한 입술, 육감적인 몸매의 모습이 클라라 보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베티붑 캐릭터 사진
출처: BettyBoob.com
(2) 루이스 부룩스(Louise Brooks, 1906-1985)

루이스 부룩스는 1920년대 무성영화 스타이자 가수이다. 큰 키를 내세워 패션 광고의 모델로도 활약하였다. 클라라 보와 마찬가지로 보브 헤어스타일과 플래퍼 스타일의 상징이었으며, 1920년대 뷰티 아이콘이기도 하였다. 

1920년대 루이스 부룩스 이미지
1920년대 루이스 부룩스의 사진

결론

1920년대는 1차 세계대전 이후 풍요로웠던 미국을 중심으로 흘러간 역사와 그 맥락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풍요로움이 알고보면 거품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기까지는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이는 1929년에 발생한 경제 대공황이 그것이다. 이후 다가온 1930년은 또 다시 힘든 역사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1920년대의 그 화려함과 격변은 패션의 역사 속에서도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1920년대의 독특하고 개성있는 패션을 모두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