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패션을 잘 보여주는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Revolutionary Road)’ 배경, 영화 의상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감상평 썸네일

2009년에 개봉한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1910년대를 배경으로 했던 영화 ‘타이타닉(Titanic)’의 주인공이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11년만에 다시 커플로 만나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아련한 사랑을 하던 타이타닉 커플의 잔상을 와장창 깨뜨리는 극한의 현실 부부를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기대감을 당혹감으로 바꿔놓기도 했습니다.

워낙에 연기파 배우들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다 보니 그 리얼한 모습에 영화를 본 사람들은 ‘현실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찐 부부의 모습이다’, ‘우리의 모습 같다’, ‘결혼 전에 꼭 봐야할 영화다’, 등의 감상평을 쏟아냈습니다. 불 같은 사랑을 하고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이 지속될수록 무의미하고 무료한 매일이 똑같은 일상을 사는 소위 권태기라고 부르는 삶, 공허한 현실로 부터의 도피를 꿈꾸는 삶이 마치 모든 커플들의 정해진 결말인 것처럼 진행되는 것이 영화의 스토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배경인 1950년대 미국의 상황에 대해 조금 알고 있다면, 영화의 스토리를 조금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의 의상들을 통해 다른 재미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 영화 속으로 좀 더 들어가보려고 합니다.

1950년대 미국 시대적 배경

1948년 8월 15일 일본과 독일이 항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는 냉전(Cold War)체제로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총과 칼, 대포를 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소련(당시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간에 차갑고 여전히 적대적인 관계가 시작된 것입니다. 전쟁의 승전국인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에 중산층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중산층의 천국이 된 배경을 알아보려면 1929년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경제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이야기를 먼저 해야합니다. 대공황으로 인해 발생한 엄청난 실업률과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때 등장한 미국의 구원자는 바로 루즈벨트 대통령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이라는 것을 펼치면서 처음에는 공공 건설을 통해 실업률을 낮추고, 그 다음으로는 사회보장제도를 탄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대통령 3선 당선이라는 유례없는 당선자가 됩니다. 무려 12년 동안이나 대통령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결과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안정을 가져왔을지도 모르나 이 과정에서 정부의 개인에 대한 간섭과 제제가 많아지는 결과가 발생했는데요. 이 중에는 소득세율을 말도 안되게 높이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즉, 빈부격차를 줄여서 사람들을 전체적으로 잘 살게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부자들에게 많은 세금을 거둬서 빈자들에게 나누어 준다는 논리였던 것입니다. 가장 높은 소득세율 구간이 무려 95%였다고 하니, 100만원을 더 벌어도 세금 내고 남는 건 5만원 밖에 안된다는 거였죠.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모습
루즈벨트 전 대통령

이 결과로 미국의 1950년대는 중산층이 엄청나게 많아지는 결과가 생기고, 중산층의 천국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습니다.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옆집도 앞집도 뒷집도 사는, 다들 비슷비슷한 크기의 집, 직장, 옷차림을 하는 그런 삶을 살게되는 것입니다. 결혼하고, 집을 마련하고, 아이를 낳고, 남자는 직장에 다니고, 여자들은 집안의 일을 담당하는 그런 삶이 모두의 삶이 된 것입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커플은 1950년대 당시 미국 중산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비슷한 소득수준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레볼루셔너리 로드라는 주소지의 동네에서 다들 비슷한 삶을 살고 튀지 않으려하는 그런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 속 영화 의상

레볼루셔너리 로드 영화의 한 장면 중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근을 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기차를 타려고 기다리는 기차역에서 중절모와 양복을 너무나 똑같이 갖춰입은 중절모 부대를 만나게 됩니다.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중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 걸어가는 중에도, 어김없이 만나는 중절모 부대. 이들은 비슷한 모자, 비슷한 넥타이, 비슷한 흰색 셔츠, 비슷한 양복을 입고, 비슷한 서류가방을 들고, 끝도 없는 행렬을 만들면서 쏟아져 나옵니다.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중에서

일터로 걸어가는 길에서도 만나게 되는 중절모 부대. 이제는 다소 징그럽기까지 합니다.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중에서

일터에 도착해서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똑같은 도플갱어 같은 모습의 중절모 부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중에서

이러한 일률적인 복장, 매일이 똑같은 하루하루, 일만하고 돈만 버는, 쳇바퀴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이 바로 1950년대 미국 중산층의 모습입니다. 이전의 경제 대공황이나 2차 세계대전 등의 기간과 비교하자면 드라마틱하게 윤택해진 그들의 삶에도 불구하고, 매일 비슷한 삶과 주변의 사람들도 다 똑같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중산층들은 공허함과 무료함을 당연히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사람들과 달라지는 것이 두려운, 그래서 자꾸 비교하고 비슷해지려 하는, 그런 재미없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1950년대 남성복은 영화 속 끝도없이 등장하는 남성들의 옷차림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55년에 출간된 ‘회색 플란넬 수트를 입은 사나이 (원제: The man in the Grey Flannel Suit)’는 당시 회색의 플란넬 소재 수트를 입은 전형적인 중산층 직장인 남성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이 책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1956년 당시 최고 인기 영화 배우 그레고리 팩(Gregory Peck)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레고리 팩은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로 전쟁이 끝난 후, 야망있는 아내와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가족을 성실히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충실히 수행하지만, 위로는 부유층의 직장 상사와 아래로는 가족들의 부양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면서 고분분투 하는 당시 남성들의 모습을 잘 담고 있습니다.

‘회색 플란넬 수트를 입은 사나이’ 책 표지 / 영화 포스터 / 그레고리 팩

1950년대 중산층 남성의 대표적인 복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 회색 또는 검정색, 짙은 회색 등의 플란넬 수트
  • 싱글 브레스티드 재킷
  • 흰색 셔츠
  • 줄무늬 넥타이
  • 중절모

당시 일하는 남성에게는 상하의 세트로 이루어진 수트 차림이 요구되었으며, 하얀 셔츠에 넥타이, 그리고 외출시에는 모자가 필수적으로 여겨졌습니다. 바지 통은 그다지 넓지 않고 밑단의 커프스가 있고, 엉덩이를 덮는 재킷, 그리고 검정색 구두를 신는 것이 불문률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플란넬 소재는 양털로 직조한 원단을 약간 보풀이 난 것처럼 처리를 하여, 광택이 나거나 차가운 느낌이 들지않고 조금 포근한 느낌이 나도록 처리한 원단을 말합니다. 남성복에 있어서 클래식한 원단이라고 할 수 있으며, 특별히 튀지 않고 묻힐 수 있는 아주 무난한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중산층의 입맛에 아주 알맞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50년대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화이트 칼라 남성의 수트는 매일 입기는 하나 격식을 갖춘 의상으로 인식되었고, 당시 남성복은 점차 캐주얼화 되는 경향을 띄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에는 수트 정장을 입었던 것은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도 디카프리오는 집에서 현재와 유사한 디자인의 캐주얼한 의상을 입고 있습니다. 물론 디자인이 절대 튄다거나 색이 다양하거나, 디자인이 독특하지 않습니다. 그건 중산층의 삶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1950년대 전형적인 미국의 중산층의 삶을 잘 보여주는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행복한 삶을 꿈꾸던 결혼한 커플에게 시작과는 다른 무료함으로 끝맺는 줄거리는 당시 겉으로 보기에는 경제성장을 잘 이룩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쳇바퀴 돌듯 무료한 삶을 살았던 겉보기에 번지르르한 미국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을 동경하는 당시 미국인들을 잘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케이트 윈슬렛은 신비롭고 꿈과 같은 이미지로 각인된 파리로 가자는 제안을 하고 그 곳에서의 삶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획일적인 사회보다 다양성을 추구하고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가 훨씬 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줄것이라는 확신이 더 들게 됩니다. 회색 수트로 대표되던 지루한 남성복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런지 기대하게도 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글을 쓰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