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70년대 패션의 역사를 알아보려면, 그 당시 사회적인 배경과 정치적, 경제적인 변화,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 변화 등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1970년대는 어떠했는지 자세하게 알아보고자 한다.
2. 1970년대 사회적 배경
1970년대는 세계경제의 인플레 현상이 심했던 불황의 시기였다. 높은 인플레이션, 늘어가는 실직률, 산업환경과 기술에 대해 커져가는 불만 등으로 1960년대 낙천적이고 소비가 미덕인 시대는 쇠되하고 절약이 미덕인 시대가 되어 소비자들은 좀 더 실제적이고 합리적인 생활을 추구하였다. 이 때, 1973년 가을 중동전쟁은 하나의 분수령이 되었다. 6개월 동안에 유가와 물가가 급격 상승했고 세계무역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3. 1970년대 패션
1970년대 복식의 트성은 비구조적이고, 일상적이며, 편안함을 추구하는 데 있다. 이 때는 여성 파워가 강해지면서 베이비 붐 세대의 여성들은 커리어 우먼으로 성장하였는데, 종래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그대로 도입한 것이 아니라, 남성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복식에 새로운 현대적인 멋을 더한 유니섹스 스타일의 팬츠 수트가 주류를 이루었다.
경제적 수준의 향상으로 여가 시간이 늘어나자, 남녀 모두 일상복에서 영감을 얻은 헐렁하고 입기 쉬운 작업복 스타일과 운동복을 즐겨 입었으며, 정장은 예복이나 비즈니스 웨어로 굳어진 반면, 화려한 이브닝 드레스는 긋고구에 의해 입혀졌다. 젊은이들은 펑크와 팝의 영향을 받아 티셔츠, 진, 군복 등 비구조적이며 캐주얼한 개성이 강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 입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겹쳐 입는 레이어드 룩이 일반화되었다.
(1) 여성복
1970년대 고급 여성복 경향은 팬츠 수트와 함께 시작되었다. 패션에 관심이 있는 여성들은 스커트 길이를 논하는 데 지쳐 있었고 대부분의 경우에 바지를 입었다. 바지는 높은 굽이나 쐐기 굽의 이브닝 샌들과 함께 입은 플레어즈(flares)와 백즈(bags)였다. 플레어즈는 엉덩이와 허벅지가 꼭 끼고 무릎 아래부터 넓어져 아래가 벨 모양이 되게 재단되어, 미국에서는 벨 보텀(bell bottom), 한국에서는 판탈롱이라고 하였다. 백즈는 1920~1930년대에 유행한 앞 주름이 들어간 헐렁한 바지에 영감을 얻은 것으로 엉덩이 둘레를 꼭 맞게 했고, 높은 구두나 부츠 위에 입었다.
베트남 전쟁은 1970년대 초반, 젊은 세대들 사이에 강한 반전 운동을 불러일으켰는데, 군복 같은 의상이 유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때의 반전 감정과 다르게 여성들은 더 여성스럽게 프릴이 달린 부드러운 복고풍을 원하기 시작했다. 1972년과 1973년은 좀 더 성숙된 테일러드 클래식 수트도 부활하였고, 로라 애슐리는 전원풍의 의상으로 주목받았다. 또한 입는 방식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레이어드 룩이 등장하였고, 스커트 길이는 미니 시대를 지나 무릎 아래로 정착하였다.
1970년대 후반에는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하위문화 스타일이 발전하게 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펑크를 들 수 있다. 헐렁한 티셔츠에 메시지, 슬로건 또는 추구하는 이미지를 새겨 넣았다. 재킷과 바지는 칙칙하거나 광택이 나는 변과, 주로 가죽으로 만들었으며, 지퍼와 가죽끈 등으로 장식하였다. 펑크 룩은 음악계에서 많이 표현되었는데, 1976년 영국의 로큰롤 그룹인 섹스피스톨즈를 시두로 나타난 펑크록 그룹은 기존 사회의 우상인 소수의 부르주아적인 가수에 대한 반항과 영국의 경제 불황으로 일어나는 사회현상의 직접적인 표현으로 기존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특징을 보여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펑크 패션은 런던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유행하여 하이패션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2) 남성복
1970년대 남성 패션은 여성복과 유사해지기 시작했는데, 유니섹스라는 용어가 1960년대 중반 이래로 새로 사용되어 1970년대에는 유니섹스 스타일이 패션의 일부가 될 정도였다. 일반적으로는 테일러드 비즈니스 수트, 가죽 재킷, 캐주얼한 옷이 기본이었다. 수트에는 큰 칼라에 앞뒤에 다트를 넣은 셔츠를 키퍼 타이(kipper tie)와 함께 입었다. 외투는 종종 장딴지 길이의 미디였다. 군복 같은 그레이트 코트(great coat)는 젊은이들에게 선호되었고, 젊은 남자들은 진과 코듀로이 바지를 입고 높은 가죽부츠를 신었다.
진은 다양한 연령층에서 사랑을 받았는데, 특히 청 데님은 20세기에 가장 보편화 된 옷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는 진을 몸에 꼭 맞게 입는 스타일이 유행하였다. 체제에 반발하고 패션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은 더러운 운동화를 질질 끌면서 바짓단이 헤어진 허름한 진을 자유롭게 입었다.
3. 패션 산업
패션 산업에서는 파리가 밀라노에 주도권을 물려주게 되었다. 프랑스의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들은 사치스런 이브닝 드레스와 고급 정장에 집중한 반면, 패션의 주류가 되는 기성복은 이탈리아와 미국 디자이너들의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또, 영국에서는 킹즈 로드를 중심으로 무정부주의적이고 창조적인 모습이 하이패션에 영향을 미쳤다. 이 시기의 디자이너로는 프랑스의 이브 생 로랑, 진 뮤어, 소니아 리키엘, 장 폴 고티에, 티에리 뮈글로, 칼 라거펠트 등이 있고, 영국의 로라 애슐리,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이탈리아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지아니 베르사체, 미국에서는 캘빈 클라인, 앤클라인, 제프리 빈, 일본에서는 겐조, 미야케 등이 있었다.
4. 맺음말
1970년대의 세계경제는 정치적 분쟁과 이에 따른 오일 쇼크로 인해 침체되었으나, 냉전체제에서 벗어나려는 미국과 중국, 소련의 관계에서 많은 변화가 시도되었다. 또한, 미국 중심의 다국적 경제체제로 이행되는 등 많은 변화들이 나타났다. 1970년대 패션의 경향은, 1960년대의 미니에 이어진 핫 팬츠가 잠시 나타나다가 우아한 클래식 스타일의 엘레강스 룩으로 바뀌어 미니멀 룩, 레이어드 룩, 레트로 룩, 에스닉 룩, 빅 룩, 유니섹스 룩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젊은 층에서는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복식 형태가 주류를 이루어, 후에 니트웨어, 팬츠 수트가 주류를 이루었으며 나아가서는 기능적이고 비구조적인 캐주얼 형태인 진, 티셔츠 등이 편하고 실용적인 복장으로 보편화되었다. 또, 이 시기의 반항적인 젊은이들은 ‘펑크’라는 충격적인 스타일로 기성세대에 저항하였다. 1970년대의 불황이지만 또 다채로운 변화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을 현대에서도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