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80년대 패션 역사를 알아보려면, 그 당시 사회적인 배경과 정치적, 경제적인 변화,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 변화 등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1980년대는 어떠했는지 자세하게 알아보고자 한다.
2. 사회적 배경
1980년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된 이분적 세계정세에 주요한 변화가 일어난 시기이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영국의 대처 수상이 당선되면서 서방세계는 다시 보수주의의 성향을 띠게 되었다. 고조되었던 동서 냉전의 분위기는 1987년 소련 고르바초프 대통령에 의한 글라스노스트, 페레스트로이카와 같은 개방 정책으로 국제 냉전체제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였다. 1989년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정치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문화예술적 측면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에 의해 고정된 사고가 해체되면서, 주변문화로서 그동안 도외시되어 온 다양한 에스닉 그룹들이 새롭게 부각되고, 혼재되어 표현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또한, 동양저인 것과 서양적인 것의 절충,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의 절충,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의 절충, 그리고 앤드로지너스 룩(androgynous look)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이 등장하게 되었다.
1986년 체르노빌 핵 폭파사건으로 말미암아 발달된 인간의 과학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엄청난 재해를 체험하게 되었고, 일반인이 환경문제에 대한 과학적 보고를 대중매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각종 공해와 자연파괴로부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문제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는 패션에도 영향을 주어 1980년대 중반부터 일부 디자이너들은 에콜로지(ecology)라는 테마를 통해 자연을 주제로 하거나 천연소재를 사용한 의상들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한편, 항상 한 시대의 패션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는 음악의 경우, MTV의 등장과 함께 패션에서 팝 음악은 지속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젊은이들은 스타들의 독특한 의상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마이클 잭슨의 베르사체 풍, 마돈나의 란제리 룩, 보이 조지의 앤드로지너스 룩, 신디 로퍼의 펑키 레이어드 룩, 조지 마이클의 가죽 재킷과 남성적인 룩 등이 대표적인 패션이다.
3. 1980년대 패션
1980년대는 패션에 있어서도 서로 다른 문화나 주제가 복합되어 포스트모더니즘적인 특성이 다양하게 표출된 시기이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과거의 어느 시기보다 TV와 비디오의 영향이 커졌으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힘있는 여성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TV 드라마의 영향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남성복의 수트형에 여성성을 더한 ‘파워 드레싱(power dressing)’이 유행하였다. 또한, 경제적 성장으로 감각적이고 개성적인 것을 추구하게 되었으며, 이는 패션이 다양화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1) 여성복
1980년대의 가장 대표적인 패션 경향은 어깨에 패드를 넣어 강조한 넓은 어깨와 다양한 헴 라인(hem line)이다. 이러한 스타일이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어깨의 두께가 얇아졌으며 조금 더 부드럽고 곡선적인 스타일이 지배적이 되면서 여성스러움이 강조되었다.
1984년 말경에 등장한 앤드로지너스 룩은 남성적인 스타일에 실크 블라우스나 액세서리를 착용하여 부드러운 여성성을 가미하거나 반대로 여성적 스타일에 남성적 요소를 도입하는 등 복식을 통한 남녀의 구분을 해체하고 양성적인 이미지를 형성하였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여권 운동이 약화되면서, 일본 디자이너들이 제시한 빅 룩(Big look)에 대응하여 여성의 몸매가 드러나는 보디컨셔스 스타일이 알라이아나 라크루아의 디자인을 선두로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이 스타일은 가슴과 허리, 힙의 곡선이 드러나도록 우아한 인체 곡선을 강조하는 것이다.
(2) 남성복
1980년대 남성들의 성공여부는 단지 직업적 수입에 의해 평가되지 않고, 자동차, 주거, 의복 등 생활과 관련된 모든 환경적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결정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므로 남성들도 점차 외모를 가꾸는 데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아끼지 않게 되었다.
이 시기의 남성들은 어깨가 넓은 재킷과 디테일이 작아진 수트에 면 소재의 셔츠와 패턴이 있는 넥타이를 조화시켜 입었다. 특히, 여피족의 남성들은 넓은 어깨의 이탈리아 풍 긴 재킷과 밑단으로 가면서 좁아지는 바지에 생가죽 구두나 끈 달린 단화를 신었다.
팝 스타의 영향으로 인해 남성복은 남성적인 룩과 앤드로지너스 룩의 형태로 나누어 나타났다. 조지 마이클과 같은 팝가수에 의해 가죽 재킷, 진(jeans) 등으로 남성적인 요소가 가미된 스타일이 대중화되었는가 하면, 프린스(Prince)가 입은 러플이 달린 셔츠, 벨벳 재킷 등의 스타일이 남성복의 새로운 변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1980년대 후반이 되면서 남성의 의상은 다채롭고 편안한 스타일의 캐주얼 룩이 주를 이루었다. 면 셔츠 위에 밝은 색의 스웨터를 걸치고 리바이스 진을 입은 모습이 대표적이다. 데님으로 된 진은 1980년대에 남녀를 불문하고 대중적으로 유행했으며, 다양한 스타일로 나타났다.
(3) 액세서리 및 기타
다양한 스타일의 모자와 머리 장식품
이 시기에는 패션의 전체적인 외관을 완성시켜 주는 액세서리의 역할을 새롭게 인식한 미국과 유럽의 디자이너들이 모자와 가방 등의 액세서리를 컬렉션에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의 모자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패션쇼에서 전체 의상과 코디네이트 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으며, 한 시즌마다 특정 유행이 부각되지 보다는 디자이너별로 독특한 디자인이 제시되었다. 이 시대의 패션 리더였던 영국의 다이애나는 특히 다양한 스타일의 모자를 즐겨 연출하여 여성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모자를 즐겨 사용하는 연령층이 젋어졌고 패션보다는 보온이나 햇빛 차단을 위한 기능적인 목적으로 착용하는 경우가 많아져 이전 시대보다 모자의 장식적 기능이 감소되었다.
이에 비해 머리 장식품은 더 부각되었다. 머리 장식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헤어밴드, 클립, 리본이 사용되었고, 스카프, 리본이나 천으로 장식된 탄력성 있는 밴드로 머리를 묶었다. 1980년대 초기에는 어깨까지 늘어뜨린 웨이브 헤어스타일이 유행하였고, 뭄스와 젤 같은 혁신적인 헤어 제품을 사용하여 펑크 스타일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후반에 이르면서 남성을 연상케 하는 짧은 커트가 여성들 사이에 유행하기도 하였다.
디자이너 라벨과 모티브의 이용
의복에서와 마찬가지로 구두, 가방과 같은 액세서리에 디자이너의 이름과 라벨, 로고를 소유하는 것이 사회적 신분과 개인적 성공의 상징이 되어, 디자이너 라벨과 모티브가 이용되기도 하여싿. 1980년대 디자이너들은 토털 룩을 완성시켜주는 액세서리의 중요성을 새로이 인식하면서 모자, 구두와 가방 등으로 디자인 영역을 넓혔으며, 특히 미국에서는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들의 제품에 대한 열망이 높아져 에르메스의 스카프와 켈리 백, 샤넬의 길트 체인의 퀼트 백, 구찌의 대나무 손잡이 핸드백은 개인의 성공과 부를 상징하게 되었다. 한편, 전문직의 여성들은 남성들의 서류가방을 변화시킨 듯한 대담하고 큰 검은 가방을 즐겨들었다.
4. 맺음말
1980년대는 냉전의 조식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세계의 패션 경향도 다양해지고 개성화된 시기이다. 1980년대 초반의 재패니즈 룩(Japanese look)에 이어 앤드로지너스 룩(androgynous look), 보디컨셔스(body-conscious) 스타일 등이 등장하였다. 또한, 환경보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패션에서도 에콜로지 경향이 나타나 자연을 주제로 한 디자인과 색상이 유행하였고, 자연소재가 부각되었다. 1980다양한 스타일의 등장과 다채로운 변화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을 현대에서도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